곡면으로만 이뤄진 신기한 건물 DDP를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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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공장 전경
 
2014년 3월 서울 중구의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신기한 디자인의 건물이 들어섰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이름하여 DDP로 불리는 건물이다. 마치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이 건물은 전시, 공연, 컨벤션, 시사회, 패션쇼 등이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아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건축물 내외부에 직선이나 벽 하나 없는 건물, 게다가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초대형 지붕은 단순하지만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이 건물의 외장 패널을 맡은 기업이 있다. 바로 ‘철강산업(스틸)에서 꽃(플라워)을 피우겠다’는 일념으로 2000년 설립한 ㈜스틸플라워(대표 김병권)다.


세계적인 3D 곡가공 기술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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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족 경영을 지향하는 스틸플라워 임직원.
 
당초 DDP는 단 한 개의 직선도 들어가지 않아 제작에 큰 애를 먹었다. 건축가의 심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탓에 처음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만 해도 자그마치 2년이었다. 무려 2만 m²가 넘는 면적에 직선 하나 없는 비정형성을 살리는 대가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던 것. 

사실 스틸플라워는 기존의 후육강관(Thick Wall Steel Pipe·후판 대구경 파이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DDP 작업을 거치며 국내 최초로 3D 곡가공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비정형 건축물 외장재에 적용되는 패널 생산을 본격화했다. 딱딱하고 두꺼운 철판을 마치 종잇장처럼 구부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이다. 세계적으로도 불과 몇 개사만이 가진 이 기술을 국내 중견기업이 해냈다는 것만 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3D 곡가공은 기존의 곡가공 기술보다 섬세한 곡형 설계물 제조에 적합하다. 곡가공의 수작업 절단 공정이 3D 레이저 절단으로 바뀌며 정밀도가 무려 25배나 높아졌다. 아울러 선형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해 심미성과 디자인 일치성을 높일 수 있었다. 스틸플라워의 3D 곡가공 기술은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해외 진출로 새로운 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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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육강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실 스틸플라워는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는 ‘대한민국의 산업 역군’이다. 글로벌 해외 철강업체들을 상대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11년에는 2억 달러 수출탑 달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2013년 5월 정부가 지정하는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스틸플라워는 진영, 포항, 순천, 김포 등 전국 4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메이저 기업인 엑손모빌, BP, 셰브론 등과 거래하며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GS칼텍스 등 국내의 대표 기업들과 거래하며 외연을 확장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스틸플라워는 해외 사업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의 환경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어 2억 달러 규모의 수도 공급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이미 지난해 8월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 항 석탄 부두 건설공사에 들어가는 제품 공급 계약을 진행한 스틸플라워는 러시아의 상수도 노후관 개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올 1월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심해저 망간단괴 채집 시험에 성공하며 새로운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망간단괴는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전략금속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불리는 미래 광물자원으로 심해저에 주로 부존하고 있어 국내 광물자원 개발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 이에 스틸플라워는 외산 제품 일색인 해양플랜트 및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에 적용되는 파이프라인의 국산화를 위한 영업력을 강화해 기존 심리스 파이프 시장을 대체해 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신규 사업으로 추진 중인 고부가 특수강관 국산화, 러시아 플랜트 사업, 3D 곡가공 양산, 철재 소파블록을 통해 새로운 도약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철강 넘버원’을 꿈꾸는 스틸플라워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김병권 대표의 경영철학 

한가족 경영과 품질 경영, 명품을 낳는 바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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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대표
 
‘가족만큼 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김병권 대표는 ‘뼛속까지 쇠쟁이’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 포스코에서 13년간 품질 관련 엔지니어로 근무한 그는 2000년 1월 스틸플라워를 창업하며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저는 직원들이 진성의 마인드를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오픈된 환경을 만들고 365일 누구나 대표실을 찾아와 자신의 애로사항이나 일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제 회사를 차리며 ‘한가족 경영을 지향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한가족이란 개념은 회사의 임직원 모두 가족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말하죠. 우리 회사에는 단 한 명의 친인척도 없습니다. 이 회사는 곧 직원들의 것이죠.” 직원들을 회사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품질 경영’. 그는 품질 관련 엔지니어 출신답게 품질 경영에 대해 남다른 집념을 보인다. 그의 목표는 ‘월드클래스 300의 제1호 철강회사’다. “전통 산업인 철강이 월드클래스 300에 진입하기란 무척 힘듭니다. 하지만 그동안 연간 50억∼1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연구개발에 쏟아온 덕에 2015년 11월 월드클래스 300의 재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남다른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같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신제품 연구개발만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기 때문이죠. 위치와 능력에 걸맞은 기술과 제품 방향으로 도전을 이어가 향후 생산효율을 더욱 극대화 하겠습니다.”

재계에서 샐러리맨 출신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 김 대표는 스스로 ‘실수를 용인하는 자세를 갖자’고 다짐한다. “실수를 용인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면 반드시 기회가 돌아올 것으로 봅니다.” 그의 이 같은 태도가 ‘철강산업(스틸)에서 꽃(플라워)을 피우겠다’는 스틸플라워의 일념을 더욱 굳건히 만드는 듯하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관련기사 링크
http://news.donga.com/3/all/20160330/7728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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